남편과 관계할 때마다 딴 남자를 상상해요_by 성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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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과 관계할 때마다 딴 남자를 상상해요

Q : 남편과 관계할 때마다 딴 남자를 상상해요
결혼 7년차의 주부입니다. 쑥스럽지만 섹스 관련 상담으로 문을 두드립니다. 부부관계 때 남들이 말하는 오르가슴을 느끼지 못하는 편은 아닌 듯 해요. 다만, 이를 느끼려면 육체적인 성감의 자극보단, 뇌의 자극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남편이 아닌 다른 사람과 하고 있다는 상상을 하면 흥분이 됩니다. 이건 남편을 사랑하는가, 하지 않는가의 문제가 아닙니다. 저는 남편을 사랑하고 있고 외도를 한 적도 없습니다. 한 사람과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하면서 나타나는 평균적인 모습이 아닐까 막연히 생각합니다. 물론 이런 증상이 부부관계의 연차와 정비례하지는 않겠지만요. 특별히 부부관계에 문제가 큰 건 아니고 체위도 여러 가지로 해 봅니다. 하지만 여성이 섹스하면서 느끼는 흥분은 성감이나 체위의 문제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갈수록 들어요. 요즘은 남편과 하는 부부관계보다 혼자 하는 자위행위가 더 기분 좋을 때가 있습니다. 제가 이상한 건가요? 저 병원에 가봐야 하는 건가요?

A
결혼 7년차인데 오르가슴도 대부분 느끼시고 체위도 이렇게 저렇게 바꿔 가면서 남편 분과 즐기고 계시다구요. 음 …, 일단 자랑 작렬이시네요. 후흣!! 그런데도 뭔가 채워지지 않는 듯한 그 무엇은 절정에 오르게끔 되는 동기가 ‘로맨틱한 감정 펌프질하기’인데 그 로맨틱한 감정의 대상이 남편 분이 아니시라는데 있는 거죠? 게다가 그게 무슨 구체적인 누군가가 딱히 있는 것도 아니고 남편 분을 사랑하지 않는 것도 아닌데 내가 왜 이럴까 싶다구요? 그런데도 주책없이 눈 감고 떠올리는 건 딴 남자라 민망하고 뭔가 죄스럽다. 그 말인 거잖아요. 심지어는 차라리 자위하는 게 더 좋으시다고요.

일단 병원은 절대 가실 필요 없으세요. 지극히 정상이시고 건강하신 겁니다.(이 얘기 듣고 싶으셔서 질문하셨으리라 사료되옵니다.) 그리고 남편한테 죄송해하실 필요도 없으십니다. 남편 분은 아마 당신보다 훨씬 전부터 다른 여인을 상상하셨을 겁니다. 확인하진 마세요. 괜히 싸움 나면 피곤하니까요. 그저 사는 게 다 거기서 거기려니 하시는 게 더 좋을 듯합니다. 십 년 차를 훌쩍 넘긴 선배 부부가 어느 날 마른 대지에 소나기 내리듯 그야말로 억겁의 시간만에 둘이 동시에 오르가슴에 오르는 쾌거를 이뤘다고 합니다. 그러고 나서 너무 놀란 나머지 후희도 잊은 채 남편이 아내에게 묻습니다. “당신 누구 생각했어?” 그러자 아내도 되받아칩니다. “당신부터 말해.” 그래서 그 다음에 이 부부가 싸웠을까요? 뒷얘긴 듣지 못했지만 지금 아주 잘 살고 계신 걸 보면 그때 그냥 킬킬거리고 말았을 것 같습니다.

노벨 문학상도 받은 현대 최고 문학가 중 한 사람인 헤럴드 핀터 할아버지가 꽤 오래 전에 쓰셔서 세계에서 공연된 <티타임의 정사>라는 희곡이 있습니다. 원제(The Lover)는 말 그대로 ‘정부’입니다. 내용은 대강 이렇습니다. 권태기에 접어든 한 부부가 있습니다. 남편이 출근하고 나서 가장 한적할 수 있는 오후 세시, 차를 마시는 시간이면 정부가 집으로 찾아와 보는 사람이(관객이죠) 침 꼴깍 넘어가게끔 아내와 정사를 나눕니다. 퇴근한 남편은 아내에게 묻습니다. 그 남자와 섹스할 때 가끔 자기 생각도 하느냐구요. 남편은 아내의 정부의 존재를 알고 있는 것이지요. 이 쇼킹한 질문에 아내는 천연덕스럽게 대답합니다. 서류를 정리하고 있을 당신 모습을 상상하면 더 짜릿하다고요. 완죤 변태부부 아닙니까? 그럼 그 정부는 바보되는 건가요? 결론은 더 쇼킹합니다. 매일 어김없이 티타임에 아내와 정사를 나누는 그 남잔 바로 정부로 변장한 남편입니다. 물론 아내도 그걸 알고 있구요. 이쯤 되면 변태를 넘어 엽기부부다 싶죠. 삶의 허망함이 거의 모든 작품에 주제인 헤럴드 핀터의 걸작 중 하나인 이 작품 역시 삶은 그저 버텨가는 것이란 얘길 합니다.

물론 모든 부부관계가 이렇게 허무하다는 건 아닙니다. 저 역시 그렇고요. (여보 진심이야. 알쥐?) 전 그저 인생 자체가 완벽한 기쁨과 행복, 뭐 그런 건 없다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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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상황 정도면 참 건강하고 단란한 부부라는 걸 아시고 7년 됐는데도 여전히 당신의 몸뚱아리를 어여삐 여겨주시는 상대에게 감사하며 재밌게 사시라는 겁니다. 다만 한 가지 명심하실 것은 부부간의 섹스는 관계를 아름답게 만드는 대화 중 최고의 접점을 찾는 행위이자 즐거운 게임 같은 것이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오르가슴 안 줬으니 무효! 이건 좀 아니라는 거죠. 돈 버느라 애쓰고 아내 즐겁게 해주려고 잠도 안 자고 내 몸 위에서 헉헉대는 남편을 처음 사랑했던 때를 떠올려 보세요. 남편이 안쓰러운 만큼 꼭 안아주세요. 그리고 외도 안 한 걸 자랑하실 시간에 남편분과 데이트도 하세요. 두 분의 성생활은 앞으로 적어도 30년은 남았답니다. (요즘은 노인들도 왕성한 성생활을 즐기신다니 어쩌면 40년이 훌쩍 넘을 수도 있구요). 그 시간은 섹스보다는 서로 사랑하는 시간이라는 걸 잊지 마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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