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키지 않고 바람피우려면_by 성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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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보면 부부간에 ‘사랑해, 잘 자’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었는지 가물가물하다. 그러나 불륜 관계에서 남의 여자, 남의 남자에겐 수시로 주고받는 말이다. 휴대폰 문자 메시지는 현대판 립스틱 자국이나 마찬가지다. 과거엔 남편들이 와이셔츠에 립스틱 자국을 묻히고 온 것이 외도 사실을 들키는 단초가 됐다면, 타이거 우즈도 그와 잠자리를 했다는 여성들의 문자메시지가 적나라하게 공개되면서 빼도 박도 못하게 돼 손들고 만 것처럼 이제는 휴대폰 문자가 단초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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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최대 사설 탐정회사 톰폰지인베스티게이션스는 외도 발각 사례의 87%가 수상쩍은 휴대폰 통화나 문자 메시지 때문이라고 밝혔다. 부부들 가운데 20%가 배우자 이메일이나 문자 메시지를 몰래 본다는 옥스퍼드대 연구팀 보고서도 있다. 우리나라도 최근 이혼 관련 소송을 다루는 변호사들은 문자 메시지와 브라우징 히스토리, 소셜네트워크 등 전자 증거를 적극 활용하는 추세다. 최근 간통의 직접 증거가 없어도 다른 이성과 은밀한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았다면 이혼 사유가 된다는 판결이 나왔다. ‘당신 사랑해, 자기 잘 자요, 안 보이니 허전하다, 헤어진 지 이틀 됐는데 보고 싶어 혼났네’ 등 다른 여성과 주고받은 문자 메시지 내용에 비춰보면 두 사람이 간통한 것으로 충분히 인정되고 부정행위를 했다고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의도했든, 또는 의도하지 않았든, 배우자 휴대폰에서 불륜 문자 메시지를 보게 되면 배신감과 질투심 때문에 부르르 떨며 고통스러워하면서 전시체제로 들어가 경계근무를 서기 시작한다. 도저히 믿기지 않거나 배우자를 잃고 싶지 않은 마음(?)에 좀 더 확실한 증거를 잡고 싶어 애를 쓴다. 항상 긴장하며 배우자의 일거수일투족을 핥아 먹듯 눈에 핏발 세우며 주시한다. 그런데 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고 뭘 좀 알아내려는 배우자를 조롱하며, 바람피우는 사람을 도와주는 최신식 무기가 나왔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배우자를 속이기 위한 애플리케이션’이라며 ‘타이거 텍스트’를 소개했다. 이 프로그램을 휴대폰에 설치한 사람은 자신이 보낸 문자의 유효기간을 1분에서 닷새까지 설정할 수 있는데, 그 기한이 지난 문자는 수신자와 발신자 휴대폰에서 영구 삭제된다. 주로 바람피우는 사람한테 딱 맞는 불륜 적발 방지용 프로그램인 셈이다.

바람을 피우고 있거나 한눈을 팔고 싶다면 정신 똑바로 차리고 휴대폰 관리부터 철저하게 해야 뒤탈이 없겠다. 배우자가 낌새채기 전에 잔머리를 굴려 전화번호부 목록에도 여자 이름을 남자 이름처럼 등록하고, 통화 내역이나 문자는 수시로 지우며, 비밀번호도 자주 바꾸고 잠금 장치로 사전에 차단시키는 첩보영화 007작전처럼 수고해줘야 스릴 있는 연애질을 계속할 수 있다.

흔히 ‘바람을 펴도 좋으니 나만 모르게 하라’며 농담처럼 하는 말은 아량이 넓어서라기보다는 모르는 게 약이기 때문이다. 배우자가 알아서 좋을 것 하나도 없는 애정 행각을 굳이 알려줄 필요까지는 없으니 배우자 배려 차원의 알량한 예의로 휴대폰 단속은 필수다.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같이 들릴지 모르지만 이것이 우리 사회의 현주소다.

그러나 우리는 일부일처제에 살고 있다. 그러니 찰나의 쾌락은 억누르고 사는 것이 맞다. 뭐니 뭐니 해도 묵은지가 좋듯이 조강지처가 백번 낫다. 바람피우는 냄새를 맡아 자동으로 전화가 안 걸리게 하는 바람 방지용 휴대폰(?)이 조만간 나왔으면 좋겠다.

[성경원 한국성교육연구소장]

(www.sexeducation.co.kr), 서울교대·경원대 행정학 박사 



[출처] 들키지 않고 바람피우려면 |작성자 말총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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